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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아톰에서 현실의 휴머노이드로

 

여러분은 어린 시절 TV에서 보던 `우주소년 아톰`을 기억하시나요?

 

10만 마력의 힘을 가진 작은 소년 휴머노이드 로봇. 발바닥에서는 제트 엔진이 뿜어져 나오고, 인간보다 뛰어난 두뇌로 악당들을 물리치던 아톰은 한때 어린이들의 영웅이었습니다.

아, 시작부터 필자의 연식이 드러나는군요.

 

아톰 시리즈에는 지금 다시 봐도 놀라운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본 만화의 거장 데즈카 오사무가 1964년 발표한 「지상 최대의 로봇」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톰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로봇을 갖고 싶었던 한 권력자가 `플루토`라는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플루토에게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일곱 로봇을 차례로 쓰러뜨리라는 명령을 내리죠. 플루토는 강력한 로봇들을 하나씩 쓰러뜨리고, 마침내 일곱 로봇 중 하나인 아톰과 운명을 건 대결을 펼칩니다.

당시 어린이들에게 로봇들의 대결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또 있었을까요? 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정작 놀라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무려 60여 년 전, 데즈카 오사무가 상상했던 로봇들의 삶, 그리고 인간이 그들과 공존하는 세계관입니다.

작품 속 로봇들은 모두 엄청난 힘과 지능을 가졌지만, 똑같은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로봇은 범죄자를 추적하는 형사로 일하고, 어떤 로봇은 험준한 산에서 사람들을 구조합니다. 전쟁에서 싸우던 로봇이 음악을 배우기도 하고, 인간 못지않은 명성과 자존심을 가진 격투 선수도 등장합니다.

Key Highlights

상상에서 산업으로, 휴머노이드 시장의 세 가지 변화

  • Key Highlight 01

    인간 중심 환경과 도구 활용을 목표로,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하는 휴머노이드의 부상

  • Key Highlight 02

    미·중 기술 경쟁과 출하량 증가 속 공장·물류 현장으로 확대되는 휴머노이드 도입

  • Key Highlight 03

    로봇 판매를 넘어 구독·대여·유지보수로 확장되는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생태계

Trend

DAIM Thoughts

로봇 특집, 아톰의 시대가 오고 있을까요?
DAIM 이주호 디렉터

지금 봐도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로봇마다 전문 분야가 있고, 저마다 다른 능력을 발휘하며, 인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갑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상상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로봇이 인간보다 높은 능력을 갖게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아톰의 세계에서는 로봇끼리 실력을 겨루는 격투 경기가 열립니다. 로봇은 위험한 일을 대신할 뿐 아니라 사람을 돌보고, 가정의 구성원처럼 생활하기도 합니다. 인간과 로봇이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니 새로운 갈등도 생깁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로봇법` 입니다. 로봇이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비롯해, 로봇에게도 지켜야 할 법이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산업용 로봇조차 낯설었던 1960년대에 데즈카 오사무는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고, 스포츠를 즐기고, 때로는 인간과 갈등을 빚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로봇을 만드는 기술이 등장하기도 전에, 로봇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법부터 상상했던 셈이죠.

 

그리고 6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 상상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톰처럼 자유롭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로봇은 아직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처럼 걷고 뛰는 것은 물론, 물건을 집어 옮기고, 공장에서 부품을 다루고, 새로운 작업을 배우려는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은 이 로봇들을 `휴머노이드(Humanoid)`라고 부르며 막대한 리소스를 쏟아붓고 있죠.

 

 

우리는 과연 아톰의 시대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 걸까요?

 

 

그동안 다임 인사이트에서는 자율제조, 무인공장을 키워드로 하는 제조업의 변화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다만 이번부터는 그 사이사이에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합니다.

이름하여 [로봇 특집]입니다.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네 발로 달리는 로봇, 하늘을 나는 드론, 운전대를 없앤 로보택시, 사람을 돌보는 서비스 로봇까지. 로봇 기술이 만들어가는 흥미로운 변화들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조금 깊이 있게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역시 인간을 가장 많이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입니다.

 

테슬라와 피규어AI를 비롯한 미국의 기술 기업들, 그리고 유니트리와 애지봇 같은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로봇이 춤을 추고 공중제비를 도는 영상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이번 다임 인사이트에서는 만화 속 상상에서 현실의 산업으로 넘어오고 있는 휴머노이드의 세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사람을 닮은 로봇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

 

 

공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데는 바퀴 달린 운반 로봇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용접하거나 조립하는 일이라면 로봇 팔이 이미 훌륭하게 해내고 있죠. 험한 지형에서는 네 발로 걷는 로봇이 더 유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은 굳이 만들기도 어려운 인간형 로봇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걸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로봇이 인간을 닮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미 인간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비슷한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애초에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공장의 작업대 높이부터 출입문의 손잡이, 계단, 엘리베이터, 주방의 싱크대와 수납장까지. 거의 모든 공간과 도구가 사람의 키와 팔 길이, 손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기존 로봇을 투입하려면 작업 공간을 바꾸거나 전용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사람같이 움직이는 로봇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과 설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이 불을 붙였습니다. 과거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이제 AI는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이해해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며, 그 판단을 실제 움직임과 행동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피지컬 AI(Physical AI)입니다. 로봇의 몸체뿐 아니라,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해 로봇과 설비를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 지능까지 아우르는 개념이죠. 생성형 AI가 컴퓨터 화면 속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었다면, 피지컬 AI는 그 지능이 현실 세계로 나와 직접 물건을 다루고 움직이게 하는 기술인 셈입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에서,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를 활용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때로는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까지 수행하는 로봇. 휴머노이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입니다.

 

 

미국과 중국, 서로 다른 강점으로 맞붙다.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뜨겁습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피규어 AI의 Figure,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유니트리의 G1, 애지봇의 A2와 G2, 유비테크의 Walker 시리즈가 맞서고 있죠.

 

 

 

 

양국 기업들의 야심은 비슷합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일하는 로봇을 대량 생산해,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거대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서로 다른 강점입니다. 미국이 앞선 AI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의 지능을 발전시키고 있다면, 중국은 전기차와 드론 산업에서 쌓아온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로봇을 빠르게, 더 저렴하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양국 모두 AI와 하드웨어 개발에 힘을 쏟고 있어, 경쟁 구도를 단순하게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출하량에서는 중국의 존재감이 두드러집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2만 2,000대를 넘어섰습니다. 중국의 애지봇이 약 9,700대, 유니트리가 7,000대 이상을 출하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나 스마트폰 시장과 비교하면 휴머노이드 산업은 아직 아주 작은 시장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성장 속도입니다. 2026년 상반기 출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00% 증가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연간 출하량이 5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장의 크기는 작지만, 성장 곡선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에서는 로봇을 많이 만드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 자동차나 가전제품처럼 전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봇도 쇼핑하는 베이징의 풍경

 

 

2025년 8월, 중국 베이징에 조금 특별한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은 `로봇 몰(Robot Mall)`입니다.

 


 

중국 베이징 로봇 몰(Robot Mall) 내부 모습

출처:  BR-CN (2025.08.05)

 

 

매장에는 사람처럼 걷는 휴머노이드부터 네 발로 뛰어다니는 로봇개, 체스를 두는 로봇, 심지어 아인슈타인을 닮은 로봇까지 등장합니다. 마치 SF 영화 속 로봇 박람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죠.

 

그런데 이곳의 로봇들은 구경만 하는 전시품이 아닙니다. 마음에 들면 실제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를 `로봇 4S 매장`이라고 부릅니다. 자동차 대리점처럼 판매(Sales), 부품 공급(Spare parts), 수리, 관리(Service), 고객 의견 수집(Survey)까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입니다.

 

약 4,000미터제곱 규모의 4층 매장에는 40개가 넘는 중국 브랜드의 로봇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격은 2,000위안부터 수백만 위안까지 천차만별입니다. 물론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아우르는 가격이죠.

 

이제 로봇도 구경하다 마음에 들면 지갑을 열 수 있는 상품이 된 셈입니다.

 

 

공장에 출근하기 시작한 휴머노이드

 

 

앞서 소개한 옵티머스와 아틀라스 외에도 수많은 휴머노이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이미 공장과 물류센터에 출근하기 시작했죠.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Digit)`이 그중 하나입니다.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졌지만, 독특하게 꺾인 무릎에 얼굴도 사람과는 거리가 멉니다. 생김새보다는 일하는 능력에 집중한 로봇이죠.

 

 


 

로봇이 수행하는 정밀 작업

출처: 유튜브, Agility Digit 5 소개, https://www.youtube.com/watch?v=oyq9BOwK5XI

 

 

디짓이 맡은 일은 미국 물류기업 GXO의 물류센터에서 플라스틱 운반 용기인 토트(Tote)를 옮기는 것입니다. 2025년 11월까지 무려 10만 개 이상을 날랐다고 합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그다지 효용이 있지는 않은 공중제비 대신 묵묵히 짐을 나르며 생산성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로봇입니다.

 

중국에서도 로봇들의 출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비테크의 Walker 시리즈는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을 운반하고 분류하는 작업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애지봇의 G2 역시 롱치어테크놀로지와 조이슨일렉트로닉스 등 전자제품 생산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대부분이긴 합니다. 그래도 로봇이 실제 생산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로봇을 만드는 회사만 돈을 버는 건 아닙니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커지면서 로봇을 활용해 돈을 버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 서비스(RaaS, Robot as a Service)입니다. 고객이 비싼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일정한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방식이죠. 로봇 기업은 유지보수와 운영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활용처도 공장과 물류센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공연과 행사에 휴머노이드를 빌려주는 사업이 등장했습니다. 춤추는 로봇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실제로 돈을 받고 무대에 오르는 셈이죠. 대학과 연구기관도 AI 학습과 동작 실험을 위해 로봇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입니다.

 

로봇을 직접 만드는 기업뿐 아니라 이를 판매하고, 빌려주고, 유지보수하는 기업에도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시장의 성장은 로봇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로봇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과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아톰의 시대, 이제 첫 장이 열렸습니다.

 

 

지금 그 상상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아톰의 세계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 세계를 향한 새로운 산업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이야기하다 보니, 15년 전의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2011년 한 자동차부품회사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컨설팅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주요 화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였는데요. 여러 기관의 전망을 살펴보면 2020년대 초반에는 전기차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자율주행차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했습니다.

 

2026년 현재,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고 자율주행 기술도 놀라울 만큼 발전했습니다. 테슬라 등 일부 기업은 자율주행 서비스를 실제로 선보이고 있죠. 다만 기술의 발전 속도와 실제 시장이 변화하는 모습은 당시의 전망과 사뭇 달랐습니다.

 

휴머노이드 역시 그럴지 모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언젠가 현실이 되더라도, 그 과정과 속도는 예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사람처럼 자유롭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휴머노이드는 이미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톰 같은 로봇이 언제 등장할지 맞히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가 지금 어디까지 현실이 되었는지 살펴보는 일일 것입니다.

 

다음 로봇 특집에서는 바로 그 질문을 이어가겠습니다. 현재 휴머노이드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아직 무엇을 하지 못할까요?

 

춤추고 달리는 로봇은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그 로봇에게 우리 집 설거지를 맡겨도 괜찮을까요?


 

 

 

 

2026.10.21

DAIM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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